[독자칼럼] 통일은 거저 이뤄지지 않는다(Unification is not free.)

<사진= 오수면교수>

2015년 12월 23일 국방일보 자료에 의하면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2015년 학교 통일교육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청소년 63%가 남북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의하면 순수 민간 차원의 통일 준비 기금 ‘통일나눔펀드’ 기부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이념 · 세대 · 지역을 넘어 100만 명이 통일 염원을 모은 쾌거이다. 그러나 분단 된지 70년이 지났지만 통일은 오지 않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왜 우리는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스스로 통일의 지렛대를 버리지 않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비전향 장기수 송환하고 DMZ 확성기 방송 중단하고 대북 시각전광판 제거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및 석가탄신일 연등도 제거하는 등 계기 심리전도 버렸다. 또 탈북자나 납북자 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민간차원에서 실시하는 대북 심리전을 막고 있다. 장기판의 차 · 포도 떼고 사람의 간 · 쓸개도 버렸다. 그리고 북한의 처사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북한인권법 통과도 미루고 정부는 대한민국 생일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냥 허둥대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통일은 어림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통일과 관련하여 국가 지도자들의 행태를 살펴 보자. 이승만 대통령은 아무 준비도 없이 힘도 없이 ‘북진통일’을 외쳐대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으로부터 기습남침을 당해 낙동강까지 밀렸다. 북진 명령만 내리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는 호언은 허풍(虛風)이었다. 만약 미군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다. 우리는 지금쯤 김정은 밑에서 위대한 장군님 ‘당신밖에는 없다’는 노래를 앵무새처럼 부르고 있지 않을까? 가슴이 오싹하다.

2000년 6.15공동선언 후 우리는 곧 통일이 될 것처럼 떠들어 댔다. ‘분단을 넘어 통일로’라는 구호가 난무했고 급기야는 북한의 선전선동과 김대중 정부의 무책임한 통일논리로 남남갈등이 증폭되어 사회분열 현상까지 초래했으며 그 후유증은 지금도 전국 도처에서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외치며 “남북관계 하나만 잘되면 모든 게 깽판나도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잠시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처럼 남북관계 개선만 잘 되면 통일이 이뤄질까? 허울좋은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에 이용만 당했고 우리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우리사회는 또 다시 ‘통일 대박’신드롬에 젖어 들었다. 그런데 얼마 못가 ‘통일 대박’대신 ‘통일쪽박’이라는 자조어가 등장했다. 2015년은 ‘분단 70년, 광복 70년, 통일로 미래로’라는 통일구호가 등장했지만 2015년이 다가는 년말인데도 통일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더욱더 멀어져 가고만 있다.

<사진= 오수면교수>

그럼 왜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며 혼란만 부추기는 것일까? 통일을 정치논리로 악용하는 세력들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 궤변론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북한문제 전문가들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철새가 되었다. 이를 이용하는 정치세력들은 양의 탈을 쓴 이리와 같이 통일논리를 왜곡하고 깽판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가 진정 통일을 원하면 통일에 대한 원대한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답은 분단 4개국 통일교훈과 미국의 남북전쟁 그리고 이태리 통일을 연구해 보면 명료하게 찾을 수 있다. 그 답은 다름아닌 부국강병(富國强兵) 뿐이다. 그런데 교훈을 아는지 모르는지 실천하지 않으니 허공에 대고 외쳐대는 통일구호만 난무하는 것이다.

통일은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한쪽의 사상 · 이념 · 체제 ·가치관 등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투사(投射)해 자신이 원하는 사상 · 이념 · 체제 · 가치관 속에 상대편을 잡아 끌어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합의통일이 아니라 흡수통일뿐이다. 흡수통일은 방법상 ‘무력적 흡수통일’과 ‘평화적 흡수통일’로 나누어 진다. 무력적 흡수통일의 예는 베트남 · 예멘 · 미국의 남북전쟁 방식에 의한 통일이고 평화적 흡수통일은 독일 · 이태리 방식에 의한 통일이다.

그럼 우리 한반도 통일은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 우리는 헌법 제4조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헌법이 정한 명령이다. 한반도 통일의 대전제는 우리가 첫째 북한이라는 정권을 없애야 하고 둘째는 분단구조를 타파하고 통일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한반도 통일의 필요 · 충분조건은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북한주민들이 김씨왕조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이 친(親)남한정권을 수립해야 한다. 동독주민들이 호네커 정권을 무너뜨리고 로타어데마지에르를 수반으로 하는 친(親)서독정권을 수립한 것처럼….. 북한주민들이 북한정권을 무너뜨리게 하기 위해서는 통일의 마중물로 통일물을 끌어올려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통일의 마중물은 대북심리전이고 통일물은 북한주민들의 성숙함이며 장애물은 북한정권이다. 우리는 현재 마중물도 붓지 않고 통일물을 기대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서독정부는 동독 지원시 동독정부에 무상지원은 한 푼도 없었으며 지원으로 동독정권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반면 교회를 중심으로 한 동독주민들의 자유와 인권개선 그리고 방송교류 등으로 동독주민들이 스스로 동독정권에 대항할 힘을 길렀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김대중 · 노무현 정부는 지원이 어디로 가는지 모니터링도 없이 퍼주기에만 바빴다.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몰고간 1001마리의 소는 김정일을 포함한 집권층의 배만 채웠다.

둘째, 북한주민들과 북한의 새로운 친(親)남한정권이 합의하여 남한에 흡수통일되기를 원해야 한다. 동독이 선거를 통해 서독에 편입되기를 원했던 것처럼….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우리가 잘 보듬고 관리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삶은 곧바로 북한주민들이 통일한국에서 사는 삶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 남한정부는 그러한 북한의 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합의, 국민적 용기, 지도자의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의 통일정책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가결하고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는데도 우리는 북한인권법하나 통과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서독정부는 1961년 8월 13일 동독 제1서기장 울브리히트가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하자 1961년 11월 24일 니더작센주의 잘츠키터에 ‘동독범죄기록보존소’를 설치하여 동독주민의 인권침해 실태를 계속 감시했다. 우리는 남북협상에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차 · 포 떼고 장기를 두는 형국이다. 차 · 포 떼고 장기를 이길 수 있을까? 남북교류와 협상도 중요하지만 중심은 바로 잡아야 한다. 쓸게 간 빼주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넷째, 동독을 지원하는 소련이 물러가고 월남을 지원하는 미국이 물러나듯이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없어져야 한다. 중국에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쵸프, 외상 세바르드나제 같은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이는 중국의 일당 공산당체제가 무너지고 복수정당제가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 4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한반도 통일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 통일은 어렵고 험난하다. 한반도 통일은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가는 머나먼 여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자포자기 해서는 안되고 통일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통일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였고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ONE DREAM, ONE KOREA.)

우리 인간은 각자 꿈을 갖고 있다. 꿈은 실현되기도 하고 실현되지 않기도 한다. 실현되지 않는다고 지레 겁을 먹고 꿈을 포기하면 영원히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한반도 통일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포기하면 통일은 영원히 물 건너 갈 것이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통일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의지가 아무리 굳세다 해도 힘이 없으면 절대로 우리의 의지를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통일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필요한 때이다. 통일역량인 정치 · 사상역량, 군사역량, 경제 · 문화역량, 외교역량, 정보역량을 길러 세계인에게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대한민국을 창출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우리의 내부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국가는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법이 살아있어 내부통합이 잘된 법치주의 국가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통일은 우리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There is no free lunch.),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통일 또한 공짜가 아니다.(Unification is not free.) 운(運)도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운은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것이다. 통일 또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준비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듯이 준비해야만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남구협의회 자문위원 오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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