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한수 평론가,
전 국제금융연구원장>

[평론=LPN-로컬파워뉴스] 김한수 평론가 = 지난 6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1) 소득분배주도 성장 (2) 일자리 중심의 경제 (3) 공정경제 (4) 혁신성장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분배주도 성장’을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로 제시했다. 지난 보수정부가 수출 대기업의 성장에 힘을 실은 반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다. 현행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1차로 내년 최저임금은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인 취약계층의 소득향상을 위해 기초연금을 내년 25만원에서 2021년 3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실업급여는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였던 것을 내년부터 60%로 올리고 지급기간도 3~8개월에서 4~9개월로 연장한다. 청년 실업자는 3개월 동안 매달 3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받게 된다.

또한 가계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낮추는 대책을 내놨다. 연간 17만개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15세 이하 자녀의 입원비 본인부담률을 5%로 내린다.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금 인상도 시행된다.

민간기업도 정부의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비율에 따라 최대 2년 동안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대기업이 협력회사와 이익을 공유하면 세제혜택을 주고 중소기업 자금난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약속어음을 폐지하는 등 중소기업을 배려한 정책을 추진한다. 이런 중소기업 육성책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 3%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정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재정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2018~2022년 178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할 것을 우려해 적자국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적자국채는 국가재정을 악화시켜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정과제 이행 과정에서 세수 부족 시 차환용 국채 대신 신규로 발행하는 순증국채로 전환, 국채 발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행 헌법과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는 국회 승인을 받아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 국채 발행한도는 103조7000억 원이고 이 중 순증국채는 37조6000억 원이다. 만약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정부는 한도 안에서 순증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한 만큼 일부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국가의 순재정수지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0조~40조원 적자고 올해도 30조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더구나 정부의 계획은 문 대통령의 임기 내내 경기가 좋다는 가정에 따라 세수를 늘려 재원의 절반가량인 약 82조6000억 원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경기가 악화되면 비과세 폐지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3%대 성장을 내세우는 반면 한국은행은 최근 잠재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바 있다.

일부 정책을 두고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정책방향에는 기업의 상시·지속업무 등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제도’의 도입이 담겼다. 지난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발생한 비정규직 직원의 사망사고 같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다는 데는 기업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무 특성이나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비정규직마저 가로막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고용부담이 커지면 정규직 채용을 줄여 결과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50.3%는 근로조건에 만족한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

정부는 또 국민소비 증진을 위해 신용카드·체크카드 포인트의 캐시백(현금전환)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5년경과 후 유효기간 종료와 함께 소멸되는 포인트가 연간 1300억 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멸 포인트는 1390억 원을 기록했다. 카드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누적 카드 포인트는 2조1869억 원으로 집계됐다.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1조8134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반강제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포인트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성격이라 사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국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을 겪는 가운데 재정 투입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소기업 육성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대기업의 일자리 마련과 세금부담이 커질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면 문정부 경제정책방향의 문제점은 없나? 있다.

(1) 소득분배주도 성장론은 경제성장의 기본 엔진으로 삼을 수 있느냐이다. 소득분배주도 성장론은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채택한 바가 없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이 정책이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미지수이다. 이 정책의 기본 틀은 분수효과(fountain effect)인데 국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키면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증가는 생산증가를 불러와 결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소비가 증가하지 않고 저축으로 흘러들어 가면 소기의 목적을 달설 할 수 없다. 실제로 노인층은 소득이 증가하면 저축을 늘린다는 실증분석이 있다. 그들은 장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2) 일자리창출은 정부가 지원을 하고 독려한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경제성장이 정부가 지원을 하고 독려한다고 성장되는 게 아니다. 경제성장은 기술혁신과 노동생산성 제고로서만 가능하다.

(3) 공정경제 한다고 경제가 성장하겠나? 공정경제는 경제 정의의 문제이지 성장론이 아니다. 대기업의 횡포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시정되어야 하지만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수는 없다.

(4) 경제혁신은 R&D비용이 많이 들어가 중소기업이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중소기업을 주도세력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그거 잘 되겠나?

(5) 100조원이 넘게 드는 사업을 실행하려면 증세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증세는 부자 증세하겠다는 것인데 이로 조성되는 게 고작 연 4조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국채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넘겨주는 일이고 국가채무를 증가시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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