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N로컬파워뉴스=사설]

<사진= 오면수 안보 논설위원>

통일을 말로 하나? 힘이 없는 통일구호는 헛구호!

‘준비한(된) 자(者) 꿈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우리의 통일도 준비가 되어야만 통일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에 대한 원대한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정부가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 답은 분단 4개국 통일교훈과 미국의 남북전쟁 그리고 이태리 통일을 연구해 보면 명료하게 찾을 수 있다. 그 답은 다름아닌 부국강병(富國强兵)  뿐이다. 안보의 토양 위에 경제의 나무를 심고 잘 가꾸어야만 통일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통일은 말로 떠들고 거창한 행사를 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준비를 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낚아채는 것이 통일이다. 그런데 그런 교훈을 아는지 모르는지 실천하지 않으니 허공에 대고 외쳐대는 통일구호만 난무하는 것이다. 분단 70주년을 맞이한 구호는 “광복70년 통일로 미래로”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7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다.

분단국가의 통일은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합의가 안 되기에 분단되어 있는 것이다. 통일은 한쪽의 사상 · 이념 · 체제 · 가치관 등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투사(投射)해 자신이 원하는 사상 · 이념 · 체제 · 가치관 속에 상대편을 잡아 끌어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합의통일이 아니라 흡수통일뿐이다. 흡수통일은 방법상 ‘무력적 흡수통일’과 ‘평화적 흡수통일’로 나누어 진다. 무력적 흡수통일의 예는 베트남 · 예멘 · 미국의 남북전쟁 방식에 의한 통일이고 평화적 흡수통일은 독일 방식에 의한 통일이다.

그럼 우리 한반도 통일은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 우리는 헌법 제4조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헌법이 정한 명령이다. 한반도 통일의 대전제는 우리가 첫째 북한이라는 정권을 없애야 하고 둘째는 분단구조를 타파하고 통일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즉 통일한국의 필요 · 충분조건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북한주민들이 김씨왕조정권을 무너뜨리고 대남우호(對南友好)정권을 창출(創出)하게 해야만 한다. 동독주민들이 호네커 정권을 무너뜨리고 로타어데마지에르를 수반으로 하는 친(親)서독정권을 수립한 것처럼….. 북한주민들이 북한정권을 무너뜨리게 하기 위해서는 통일의 마중물인 심리전을 강화하여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이래서는 안 되겠다. 속았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더 이상은 희망이 없다’라는 사실들을 반복적으로 전함으로써 우리와 함께하는 통일의 주역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북한정권을 통일의 최대 장애물로 규정하고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하여 제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의 마중물은 대북심리전이며 북한주민들의 깨어남과 성숙함은 통일물이고 통일의 장애물은 북한정권이다라는 국민적 합의와 단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는 현재 마중물도 붓지 않고 통일물을 기대하는 바보짓과 우(愚)를 범하고 있다. 막연히 통일만 외쳐대고 있다. 서독정부는 동독 지원시 동독정부에 무상지원은 한 푼도 없었으며 지원으로 동독정권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반면 교회를 중심으로 한 동독주민들의 자유와 인권개선 그리고 방송교류 등으로 동독주민들이 스스로 동독정권에 대항할 힘을 길렀다.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김대중 · 노무현 정부는 지원이 어디로 가는지 모니터링도 없이 퍼주기에만 바빴다.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몰고 간 1001마리의 소는 김정일을 포함한 집권층의 배만 채웠다. 정주영 회장이 소를 몰고 간 후 모 직원이 북한을 방문하여 “소는 어떻게 잘 키우고 있는가요?”라고 물었더니 “묻기는 왜 물어! 주었으면 그만이지”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핀잔을 주어 더 이상 묻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말을 보면 우리가 지원하는 모든 것들이 북한주민 생활 개선용이 아니라 북한정권 강화에 쓰여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북한주민들이 세운 새로운 친(親)남한정권과 북한주민들이 합의하여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남한에 흡수통일 되기를 원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동독이 선거를 통해 서독에 편입되기를 원했던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을 우리가 잘 보듬고 관리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삶은 곧바로 북한주민들이 향후 통일한국에서 사는 삶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 대한민국의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과 통일역량 확충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주민들이 우리와 함께하려는 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합의, 국민적 용기, 지도자의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정부의 통일정책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가결하고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이 북한인권법을 몇 년 전에 통과시켰는데도 북한인권유린에 최대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당사자인 우리는 북한인권법 처리를 질질 끌다가 2016년 3월 2일 11년만에야 겨우 통과시켰다.

서독정부는 1961년 8월 13일 동독 제1서기장 울브리히트가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하자 1961년 11월 24일 니더작센주의 잘츠키터에 ‘동독범죄기록보존소’를 설치하여 동독주민의 인권침해 실태를 계속 감시했다. 우리는 남북협상에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차 · 포 떼고 장기를 두는 형국이다. 차 · 포 떼고 장기를 이길 수 있을까? 남북교류와 협상도 중요하지만 중심은 바로 잡아야 한다. 쓸개 ∙ 간 다 빼주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북한인권법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소리나 해대고 북한은 자존심이 강하니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는 등 헛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넷째, 통일한국은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없어져야 한다.  중국의 일당 공산당체제가 무너지고 복수정당제가 들어서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쵸프, 외무장관 셰바르드나제 같은 지도자가 중국에서 나와야 한다. 중국이 소련처럼 망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국은 망하게 될 취약성이 아주 많다. 소수민족의 독립요구 그리고 하루 1~2달러로 살아가는 농민공(農民工)들의 분노는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독일 통일은 서독의 우세한 경제력, 독일국민의 단결력, 미국의 적극적 지원 하에 이뤄졌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덧붙여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쵸프와 외무장관 셰바르드나제의 말을 빌어 소련의 동독의 포기가 독일 통일의 결정적 요인임을 강조하고 싶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쵸프는 1989년 10월 7일 동독을 방문해 개혁 ∙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후 “서독 없이는 동독을 살릴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사실상 동독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 거기에 덧붙여 소련 외무장관 셰바르드나제는 “차라리 우리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자”라고 했다.

한편 미국이 독일 통일을 적극 지원한 사례는 1963년 6월 26일 죤 F 케네디 미국대통령은 베를린을 방문하여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Ich bin ein Berliner)”라고 말했다. 1987년 6월 12일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고르바쵸프, 이 벽을 무너뜨리시오(Gorbache, tear down this wall)”라고 소련에 공식 요구했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나는 서울 시민이다” 혹은 중국의 주석들에게 “DMZ를 무너뜨리시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는 통일에 있어서 미국의 적극 지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광복과 번영을 가져다 주고 6∙25전쟁의 절대절명(絶對絶命)의 위기 속에서 구해낸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철수 등 반미구호를 외칠 때 미국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미국도 우리의 통일에 호의적인 국가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평가가 아닐까?

1989년 독일통일 문제가 급물살을 타자 콜 수상과 겐셔 외교장관은 역할 분담에 나섰다. 콜은 미국을, 겐셔는 소련을 설득했다. 당시 소련은 통일독일이 미국주도의 안보기구인 나토(NATO)에 남는 것을 적극 반대했다. 반면 미국은 ‘나토 잔류’를 통독의 필수조건으로 여겼다. 쇠락해 가는 소련의 반발도 있었지만 강력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소련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통독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역설적으로 쇠락하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과 부상하는 ‘중국의 꿈(夢)’이 충돌하는 현실 앞에서 통일한국의 꿈의 실현은 언제 이뤄질 것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독일 통일을 둘러싸고도 주변국가들간에는 많은 논쟁이 있었고 독일 통일을 반대했다. 영국총리 대처는 “우리는 독일 통일을 원치 않는다. 소련이 막아달라.”고 했다.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은 “독일 통일을 막기 위해서라면 프랑스와 러시아가 군사동맹도 맺어야 한다.”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의 보좌관 아탈리는 “독일이 통일이 되면 화성에 가서 살겠다”는 극단적 발언도 했다. 그러나 서독은 미국을 움직여 통일에 반대하는 영국과 프랑스를 설득했다. 당시 서독은 미국을 제외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주변국가들보다 국력이 앞섰다. 이러한 국력을 바탕으로 통일 반대 세력을 우호적인 세력으로 바꿨기에 통일이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독일 통일은 동독을 지원하는 소련이 물러가고 베트남 통일은 월남을 지원하는 미국이 물러나 분단구조가 해체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상 4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한반도 통일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 통일은 어렵고 험난하다. 한반도 통일은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가는 험난하고 머나먼 여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자포자기 해서는 안되고 어떻게 하던 통일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통일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였고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ONE DREAM, ONE KOREA.)

우리 인간은 각자 꿈을 갖고 있다. 꿈은 실현되기도 하고 실현되지 않기도 한다. 실현되지 않는다고 지레 겁을 먹고 꿈을 포기하면 영원히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한반도 통일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포기하면 통일은 영원히 물 건너 갈 것이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통일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의지가 아무리 굳세다 해도 힘이 없으면 절대로 우리의 의지를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통일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필요한 때이다. 외쳐대는 통일이 아닌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통일역량인 정치 · 사상역량, 군사역량, 경제 · 문화역량, 외교역량, 정보역량을 길러 세계인에게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대한민국을 창출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우리의 내부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범적이고 매력적인 국가는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법이 살아있어 내부통합이 잘된 법치주의 국가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통일은 우리에게 피와 땀과 눈물을 요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There is no free lunch.),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통일 또한 공짜가 아니다.(Unification is not free.) 운(運)도 자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운(運)을 뒤집으면 공(功)자가 된다. 운은 그만큼 공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운은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것이다. 통일 또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준비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듯이 준비해야만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2016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백두산을 4바퀴 달린 자가용이나 열차를 이용하여 관광을 떠나고 싶다. 열차를 이용하여 가족과 함께 베를린도 가고 싶다. 섬나라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통일한국의 미래는 우리에게 이러한 풍요로움과 대자연의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 줄 것이다. 국민이 합의하고 단합하여 용기를 갖고 통일을 방해하는 내부적 ∙ 외부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 온 국민이 열과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통일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통일준비위원회, 국가정보원,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은 통일한국의 필요 ∙ 충분조건 4가지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범 국민적, 범 세계적 차원에서 연구 발전시켜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2016년 5월 5일

<오면수 논설위원>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원로 안보교수
- 민주평통 강남구협의회 자문위원
- 대한민국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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