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허접한 개헌론, 당장 수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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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권오성 논설위원]

한 2년은 되었을 것이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개헌론을 주장하더니, 뒤이어 여야가 내각제 운운의 개헌논의를 한다하고, 김무성이 의원이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주장하고... 뭐, 물론 그러다가 박근혜대통령의 개헌블랙홀주장에 하는둥 마는둥... 대략 그렇게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개헌논의에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 저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과연 합리적이거나 맞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즉답으로는 잘못된 것이다는 말이다. 아주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고 그런걸 빠트리고 개헌논의를 했다는 점에서 정말 심각한 지적부재가 있고 앞으로도 빠진 내용이 보강되지 않는다면 이는 실로 개악적 개헌논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드는 일이다.

의원들이 빠트린 내용은 이런 것이다. 첫째, 의회구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의회구조이다. 단원제구조라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는 단원제가 아니라 양원제의회를 기본으로 삼아 진행된다. 그런데 이 내용이 없다. 그럼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냐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의원들이 개헌논의를 하면서 그것도 내각제와 이원정부제개헌논의를 하면서 단원제를 가정하고 논의를 했다. 자질부족이다. 아주 심각한... 어떤 경우는 대통령제를 주장하면서 중임제로 하자는 얘길 많이 한다. 

현재의 단원제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이것도 아주 엄청나게 위험한 논의다. 단원제라는 건 한 당이 의회의석 50%를 점유하면 어지간한 법률안은 대부분 의지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아주 염려스러운 정치행태를 만들어내는 구조이다. 그리고 당총재나 대표의 권한이 매우 강한 의회제도가 단원제임을 감안할 때 중임제를 한다는 건 자칫하면 독재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을 만들기도 한다는 건 상식이다. 한국의 지난 정치사가 그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개헌논의를 하면서 정치제도에 따르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는 점이다. 내각제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의회양원제와 정책정당과 전국민속으로의 폭넓은 지지기반이 존재하여야 하며 책임정당의식과 민주제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인식과 공무원의 절대중립이 일상적 가치로 자리매김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각제를 주장하면서 양원제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정책중심정당과 이데올로기적 자유와 그 사회적 계층의 존재와 줄서기 문화로 굳어져 버린듯한 관료문화를 어떻게 정치중립의 원칙이 고수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이 없다.

이원정부제는 그 기원이 프랑스에서 내각제의 정치적 실패라는 점에 기반되어 안정을 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하는 것인데, 정치인들은 이원정부제가 대통령권과 총리권이 다르므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을 수 있다는 전혀 엉뚱한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어이없는 태도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유신공화국은 프랑스의 드골헌법이 만들어낸 이 이원집정부제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독재시스템이 아니던가 말이다. 기본적으로 이원정부제는 보스정치를 하는 수준의 정치리더가 총리를 자신이 임명하고 자신은 외교와 국방을 전문으로 맡고 나머지는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움직인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보스정치리더가 총리를 임명할 정도인데 내각장관들에 대해선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나. 총리가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동거정부(cohabitation)의 구조 즉 야당이 선거에서 이겨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해보았자 하원에 의해 임명동의거부가 되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야당총리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찌 이원정부제를 말하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리는 수준이다. 

특히나 한국에서 주장하는 이원정부제가 단원제라는 걸 감안하고 보면 그게 바로 오늘날 한국대통령정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이원정부제란 본디 프랑스 대통령제의 별칭이다. 그러니 권력분립을 위해 이원정부제를 주장한다고. 한심한 수준이다.

셋째, 지역패권주의기반 정당, 권위주의 정당구조가지고 내각제와 이원정부제를 하겠다고. 참으로 3류정치스타일다운 발상이다. 자유의지와 다원화와 효율성과 민주적 경쟁력의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제도가 내각제와 이원정부제인데 어떻게 그걸 해결할 것인가. 

한국이 이런 문제를 고쳐내지 못하고 내각제와 이원정부제를 생각한다면 그건 프랑스 제4공화국의 내각제실패와 민주화이후 폴란드에서 레흐 바웬사가 겪은 이원정부제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넷째, 한국의 정치제도는 민주적인 관점에서 견제와 균형이 맞지 않은 실패한 제도임을 대부분의 학자들은 다 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법부가 임명권에서부터 의회와 행정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형편임을 인정한다면 개헌논의를 함에 있어서 사법부의 안정화와 독립에 관해 더 관심을 보여야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그 점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전문적이고 경험과 식견에서 지혜와 경륜이 묻어나야 할 정치인들의 개헌논의, 내용을 열어보면 이 얼마나 헛된 망상이고 심각한 일인지 개탄치 않을 수 없다. 더 좋은 제도를 고안하는 것은 그만 두더라도 있는 정치제도의 내용은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건국후 단 한번도 실시하지 못한 민주시민교육이라도 좀 언급하면서 개헌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것 이 아닐까. 자신들도 이해못하는 정치제도의 문제를 일반 국민은 어디가서 그 지식을 얻어오라는 말이던가. 개헌논의는 한국정치가 미래로 가는 화이트 홀이다. 개헌논의를 더 진행하기 전에 아주 시급한 문제라서 일침을 가하는 마음으로 약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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